거듭난 소식

이제야 저는 진실로 웃을 수 있습니다

저는 두 형제 중 막내로 올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대구에서 살았었는데 아홉 살이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테니스를 하며 운동선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모든 것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교회 활동도 재미있었기에 교회도 매주 잘 다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점점 교회보다는 세상에 속한 일에 폭 빠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또 제 잘못 때문에 아버지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가슴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실망감과 슬픔만을 안겨 드렸습니다. 

저는 말로써는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는 한없이 아버지를 좋아했지만, 겉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었고 잘못된 모습만을 보여 드렸습니다. 속마음과는 달랐기 때문에 저도 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부모님께서 더 힘드시고, 더욱 마음이 아프셨을 것입니다. 왜 저와 같은 자식 때문에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셔야 하는지.... 전 부모님의 눈물을 본 순간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날 밤은 잠도 잘 수 없었고, 소리 죽여 울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울었다 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던 중에 아버지 회사의 일 때문에 전주라는 낯선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동 시합이 있어서 얼마 동안 대구에 혼자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간섭받지 않아 좋다고 생각하며 자유의 몸이 된 듯이 온통 세상의 멋에 깃들어 놀기만 하고 운동을 했습니다. 저 혼자 그렇게 지내는 동안 부모님은 얼마나 안쓰러우셨을지 이제는 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후 시합을 잘 마무리 짓고서야 전주로 오게 되었습니다. 대구에 있을 때는 교회를 자주 나가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속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확신하며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저 자신은 그래도 착하고 교회 생활도 착실하게 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전주에 와서는 은연중에 겪게 되는 텃세 같은 것도 있고 그래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방탕한 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전주에 와서도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처음 보는 동기와 선후배들과 운동을 했는데 같이 운동해도 전 항상 외톨이였습니다. 전 그들의 과녁이라도 된 것 같았고, 그런 일이 계속되자 결국 좋지 않은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저희 형 또한 테니스 선수였는데, 두 살 위의 형은 그런 제게 아무런 힘도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전 그런 형이 너무 야속했고, 겁쟁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무척 미워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형이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할지라도 영적으로는 많은 격려와 위로를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왜 미처 몰랐는지, 형에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운동 선배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도 저를 때리면, 저는 가만히 있지 않고 그들에게 대항했습니다. 다른 사람 같으면 ‘내가 후배니까 맞고 말자.’ 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맞아도 될 것을 더 많이 맞곤 했습니다. 그런 일이 계속되자 제 마음속에는 증오심과 원망만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전주에 온 후로 처음으로 가족 모두와 함께 교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에는 정말 오랜만에 간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교회에서 어떤 사람이 형에게 손가락질하며 무시하는 것을 보고 결국은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저를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가족이나 형에게 좋지 않게 대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형이 무시당하면서도 묵묵부답으로 있는 모습을 보며 “이 멍청이야, 무시당하고도 좋아? 왜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며, 형을 무시한 사람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국 제게 남은 것은 교회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비방뿐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었던 후 저는 전주 교회에 다시는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지금껏 의미 없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인생을 낭비하며 지냈습니다. 저는 하루하루가 무서웠고, 행복이라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은 이렇게 못난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잡아주었습니다. 형은 저에게 방학을 이용해 대학생들끼리 모여서 교제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모임에 꼭 참석하라고 몇 번이나 연락해 주었습니다. 저는 대학생들 모임에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었고, 또 내가 그런 모임에 가봐야 폐만 끼치고 부모님께서 손가락질받을 것이 뻔한데, 뭣 하러 가느냐는 생각이 들어, 가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은 스무 번 이상이나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끈질기게 권유해 왔습니다. 평소에는 제가 거절하면 더는 말을 꺼내지 않던 형인데, 그날은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귀찮기만 해서 형에게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가지 않겠다는 말만 했습니다.


그때는 사실 저에게 다른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계속 운동만 해서 늘 구속받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강압적인 생활 속에서 때리면 맞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들어오던 날 제 마음은 정말로 편했고 기뻤습니다. 저는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은 천천히 전부 다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운동한 탓에 머리 스타일은 항상 스포츠형이고, 염색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온 후로는 머리를 길러 염색을 하는 등, 정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제가 그럴수록 부모님과의 사이는 나아지지 않았고, 집에 가면 무슨 일인가가 꼭 벌어지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공부를 잘 못하니까, 대학교에 가면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셨던가 봅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느라, 공부도 하지 않고 수업에 출석만 하고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혼자였고,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에 믿음만은 남아있다고 생각했고, 힘들 때마다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저에게 ‘너희 가족은 전부 천국에 가고, 너 혼자만 지옥에 가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습니다. 전 그 말이 너무 무서웠고, 그 말을 한 사람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습니다. 그 말에 제가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는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뒤늦게 학업에 재미를 느껴 2학기에도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다음 학기에도 대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여쭈었는데, 아버지는 1학기 때와 같이 생활하려면 뭐 하러 학교에 가느냐며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저는 부모님 도움은 필요 없으니 제힘으로 돈을 벌어 학교에 다니고, 용돈도 벌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방학 기간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생각했던 것인데 형이 다른 대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라고 하니 저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형은 저의 그런 태도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저는 하는 수 없이 제 상황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퉁명스러운 제 말에 형은 자신이 돈을 줄 테니 제발 오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저는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채, 육신적으로 얼마나 잘 살 수 있는지, 얼마나 훌륭하게 되는지만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나에게 형은 왜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지, 왜 나 같은 녀석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고 슬프기만 했습니다. 저는 이런 제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하고 형에게 ‘꼭 돈 준다고 약속해. 나야 한 달 여행하는 셈 치고 버티면 되니까. 넌 안 주면 진짜 후회한다.’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형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형의 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노란색이었고, 귀에는 귀걸이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당황하지 말고 기죽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대학생 모임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온 것을 후회했습니다. 다른 대학생들은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이고,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저희 형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은 착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같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형제자매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항상 저 자신이 어려울 때만 주님을 찾고, 제 생명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생 모임에 참석해서 말씀을 듣는 중에 세상 모든 사람은 죄인으로 태어났지만,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 그 모든 죄를 가져가셨다는 것을 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실망만 드린 하나님께, 효도 한번 제대로 해드린 적 없는 부모님께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저를 걱정해 주시던 분들께, 그리고 주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나도 이제 행복해질 수 있고 이렇게 쉬운 길이 있는데, 왜 그동안 세상일에만 빠져있었을까, 그까짓 자존심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같이 지워 없앴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  (사 44:22)


저는 예전부터 이 말씀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동안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 모르는데도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성경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 뜻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설명을 듣고 이해하게 될 때마다 저는 저 자신을 칭찬해 주곤 합니다.


저는 그동안 명예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힘든 나날을 보내며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육체는 죽어도 정신이 죽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저 자신을 위로했었습니다. 세상 쾌락에만 빠져 지낼 때 형이 저에게 물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너는 누구를 믿니?”


저는 “당연히 하나님을 믿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형은 “아니야. 내가 볼 때 너는 너 자신만을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형의 그 말 한마디는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성경 말씀이 마음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책꽂이에 꽂혀 있기만 했던 성경책의 내용이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항상 웃지도 않고 먼 곳을 바라보며 고독을 느끼며 지냈기에, 제 변화에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사 55:9)


제가 무언가를 생각하려 할 때마다 이 말씀이 생각나고, 우리보다 높으신 생각을 하고 계신 하나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을 빌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께는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해서 죄송하다는 말조차 드릴 수 없었던 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실망보다는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생 모임에 와서 만난 모든 사람이 정말 좋습니다. 우리 모두 나중에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겠지요. 저를 포기하지 말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또 형에게도 정말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저에게 큰 도움을 준 형, 형에게는 나쁜 짓만 했는데, 이제는 형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구원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바로 그랬으니까요.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고,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제가 느낀 것은 하나님은 저희를 절대로 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탄의 꾐에 넘어가 주님을 믿지 않고 영접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하나님은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영원한 하나님입니다. 저는 ‘영원’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멋대로 쓰고 다녔지만, 이제야 영원이라는 것은 하나님 외에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라고 하셨으니 저는 이제 진실로 웃을 수 있습니다.


저의 주변에도 예전의 저와 같이 세상에 빠져 지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그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는 제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제가 먼저 성경의 기초적인 것부터 쌓아 보려고 합니다. 형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꿋꿋이 참고 견디며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나 저희를 지켜주시는 하나님께서는 힘들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동안 제가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세상 속에서만 바쁘게 지내왔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그 믿음을 전하는 곳에서 힘을 쓰며 바쁜 날들을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제가 미련했던지요.


하지만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치 아니하니라” (눅 9:62 참조)라고 하셨습니다. 과거에 붙잡혀 있는 것은 미련한 일입니다. 지난 일에 관한 생각을 떨쳐 버리고, 이제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가렵니다. 이제 저는 더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믿음으로 보답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의 일에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바쁘게 살 것이고, 저의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보면 즐거운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