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난 소식

복음의 연결고리가 된 그녀와의 만남

나는 군 복무를 마친 후 바로 모 제화의 한 지점에 입사하였다. 입사한 지 만 4년째가 되는 작년 어느 날 내게 큰 변화를 가져다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날은 제품 세일 기간이었다. 어느 여자 고객 한 분이 오셨다. 물론 구두를 사러 오신 분이었다. “아버님께서 환갑이신데 어떤 구두를 선물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매장에 고객들이 많고 몹시 바빴기 때문에 고객 한 분 한 분을 친절하게 맞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버님 환갑 선물이라는 말을 듣고 친절하게 제품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 아버지도 내년이면 환갑이신지라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알고 보니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에도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어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남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이치를 깨닫고 삶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바쁜 시간이었지만 그녀를 만나 내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서 조금씩 가까이 접근해갈 때의 놀라움은 정말 새로운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그녀에게 성경 말씀을 들을 방법이 없느냐고 부탁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부탁하고 나니까 갈등이 밀려왔다. 회사에 매여 있는 몸이기에 개인적인 시간을 낸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말이었기에 더욱 바빴다. 어떻게 해서든지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 고민을 했다. ‘말씀을 듣자니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탄로가 날 것 같고……. 구원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다고 이렇게 망설이는가?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회사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계속되던 고민도 끝이 났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12월 5일 토요일, 회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가 났다. 오토바이와 내 차가 충돌한 것이다. 오토바이에는 고등학생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다친 학생들을 보니 이가 세 개나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져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다리를 붙잡고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몹시 당황했다. 다친 학생들을 태우고 어떻게 병원에 도착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치료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새벽 4시가 다 되었다. 그날이 일요일이었지만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회사에 가서도 아무에게도 사고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혼자서 고민하고 많은 갈등과 

싸웠을 뿐.

겨우 마음의 결정을 내려 정리가 되는가 싶더니,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 또다시 혼돈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경찰서에 가서 사고 경위도 진술해야 하고, 사고 처리도 해야 하고……. 하여튼 나로서는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했다.


그렇지만 성경 말씀을 듣기로 마음을 이미 굳힌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휴가를 얻었다. 이틀 정도 서울에 가서 직접 말씀을 듣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부산으로 내려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12월 7일 오후, 서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교회로 찾아갔다.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서울의 밤공기는 몹시도 차가웠다. 부산 날씨와는 또 다른 추위였다. 그날 권신찬 목사님의 ‘성경은 사실이다’는 성경 말씀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었다. 테이프 1, 2편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또 다른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서둘러 말씀을 들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줄곧 말씀만 듣는 일과가 계속되었다. 식사도 거르며 오직 말씀에만 귀를 기울였다. 하루에 여섯 편의 말씀을 들었다. 그다음 말씀을 듣지 않으면 궁금해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 날도 아침부터 여섯 편의 말씀을 들었다. 모두 14편의 말씀 테이프를 들은 것이다.


그러나 성경 말씀을 모두 믿으면서도 해결이 되지 않고 복잡미묘한 생각들로 머리만 어지러웠다. 집에서 늘 보아 오던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강렬한 그 무엇이 와 닿지를 않았다. 14편 말씀을 들을 때는 머리에 많은 잡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이 삼 일째 되는 날이다. 밤차 타고 내려가야 내일 출근을 할 텐데…’ 그리고 ‘교통사고 난 학생은 무사히 잘 지내는지? 경찰서에 가서 사고 처리도 해야 하는데…….’ 등등 많은 생각들이 나를 흔들어 놓았다.

그날 저녁, 말씀을 듣게 해준 자매가 교회로 찾아왔길래 이런 내 생각들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아무 생각 말고 부산에 내려가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부산에 내려간다고 해서 이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자매는 내가 걱정되어서 부산에 내려가라고 말한 것 같았다. 고민 끝에 4년간 다니던 회사를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는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자매에게 이렇게 말했다. “며칠 아니 몇 달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난 구원받아야 한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털어버리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말씀을 들었다. 전날 저녁에 잡념이 가득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14편 말씀을 다시 들었다. ‘성경은 사실이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라는 진리를 믿으면서도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상담실에 계신 장 형제님과 개인 상담을 하였다. 그때까지 성경 말씀을 비디오로 보고 들었기 때문에 실감 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장 형제님의 말씀을 듣는 과정에서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 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곧 이 때에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사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려 하심이니라”(롬 3:25-26)


이 말씀이 내 영혼을 사로잡은 것이다. 예수님의 피로 나의 죄를 사해주셨고, 부활은 나에게 의로움을 주셨다. 울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나왔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눈물이고 감사의 눈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기뻐서 그렇게 많이 울어 보기도 처음이었다.


전날 저녁 부산에 내려갔었다면 아마 영원히 구원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난 다음 날, 12월 13일 오후 3시에 내 영혼이 다시 태어난 것이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약 1:5) 말씀을 새삼 깨달으며 하염없이 감사하기만 했다. 구원받고 난 뒤 장 형제님과 함께 찬송가를 불렀다.


“마음에 가득한 의심을 깨치고 지극히 화평한 맘으로 

찬송을 부름은 어린 양 예수의 그 피로 속죄함 얻었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를 부르면서 눈물은 앞을 가렸고, 목이 메여와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다. 장 형제님으로부터 구원받고 난 뒤의 신앙생활에 대한 몇 가지 말씀을 들었다.


요즈음 난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전의 좋지 않던 습성들을 모두 털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변화가 왔다. 담배도 끊었고 술도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도 나의 변화된 모습을 보시고 의아해하신다. 앞으로는 주님의 말씀을 순종하며 주님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