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난 소식

소경이었던 내가 눈을 뜬 날

저는 1957년 1월생입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나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담력을 키우려고 합기도, 유도, 복싱 등의 도장에 다녔습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기독교계 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신약 성경을 보니 성경의 내용이 사실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성경을 믿으면 생활하는 데에 많은 제약이 있을 테니 나이가 든 뒤에 믿자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졸업 후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하루는 어떤 교회 목사님의 ‘다시 오실 예수님’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곧 재림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설교를 들으면서 나이 든 후에나 예수를 믿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기독학생회에 참여했고, 성경도 읽고 교회에도 다니며 열성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간 교회에 다니며 성경을 인정하고, 성경에서 말한 대로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었기에, 나름대로는 구원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에 다니면서도 교파는 따지지 않았고, 어떤 사람이든 성경대로 열심히 설교하는 것이 좋아 그런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신약 성경 중 서신서는 읽어도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복음서를 읽을 때면 가시가 걸린 것처럼 켕기는 데가 있었습니다. 거듭나야 된다는 말씀에 대해 확신을 얻으려고 금식기도원에 가서 일주일 동안 금식 기도도 해 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1981년 1월 중순 경 어찌되었든 제 믿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구원은 확실해야 하니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주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 성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니, 그곳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저녁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밤에 가니 전화국에 다닌다는 사람을 불러 주어 그 사람과 성경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자기는 확실히 구원받은 사람인데 자신도 구원받기 전에는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구원은 예수를 믿어서 의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이 의롭게 해놓은 것을 믿는 것이라고 하면서 내 믿음이 구원과는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사람과 많은 변론이 오간 후 내가 구원받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후로는 성경을 읽고 찾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오히려 마음만 더 혼미해졌습니다. 고민 끝에 다니던 교회에 찾아가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이 구원에 관해서는 사도행전에 잘 나와 있으니 사도행전을 읽어보라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와 사도행전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도행전에는 믿어 구원받는다고 되어 있었고, 내가 그렇게 믿고 있으니 나도 구원받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의 말에 괜히 내 마음만 혼란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아 변박할 성경 구절을 찾아서 그 사람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성경에는 이렇게 되어 있는데 왜 당신은 아니라고 하느냐며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람은 이제 변론은 그만 하자고 하면서, 비록 당신이 변론으로 나를 이긴다 해도 그것으로 구원받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말에 ‘아! 내가 구원받지 못한 것이 확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권해 준 책 <율법과 은혜>도 보고, 성경도 읽었지만 캄캄하여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님이 보지 못하고 헤매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욥기 3장에 나오는 욥의 탄식이 그대로 내게 적용되었습니다.

 

 

‘왜 내가 태어나서 지옥에 가야 하는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왜 태어나서 지옥에 가야 하는가.’

 

 

제일 무서웠던 것은 그 지옥이 불못일 뿐 아니라 영원히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천 년이든 몇 만 년이든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언젠가는 놓여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 않습니까. 살아 있는 상태에서 마음으로 지옥을 경험하며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전까지는 기도할 때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곤 했는데, 내가 하나님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니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어 성경에 있는 세리의 기도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교통사고라도 나서 죽으면 바로 지옥으로 갈 테니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고민만 계속했습니다. ‘믿어서 의로워지느냐, 의로워진 것을 믿느냐’의 문제가 계속 있었습니다. 로마서의 “일하는 자에게는 그 삯을 은혜로 여기지 아니하고 빚으로 여기거니와 일을 아니할지라도 경건치 아니한 자를 의롭다 하시는 이를 믿는 자에게는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시나니” (롬 4:4-5)라는 구절을 계속 새김질하면서, 하나님의 긍휼을 바라는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외가 친척분의 결혼식이 있어 식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1월 24일 10시 30분경으로 기억합니다. 가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그 말씀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다가 예식장을 얼마쯤 남기고, 갑자기 내가 지금까지 믿은 것은 율법의 행위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 죄 짐이 싹 풀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속의 지옥이 갑자기 천국으로 변하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믿는 행위가 먼저일 때는 은혜가 아니고 율법이라는 사실을 마귀는 살짝 감춰 놓았던 것입니다.

 

 

얼마나 쉬운 것인지, 세상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보지 못하는 소경이었다가 눈을 뜨고 난 후 성경을 보니 많은 부분에서 구원에 대한 말씀들이 보였습니다. 내가 소경이었다가 이제 눈을 떴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웬말인가 날 위하여 주 돌아가셨나

이 벌레 같은 날 위해 큰 해 받으셨나"  (찬송가 14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