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난 소식

위태위태한 교만의 옷을 벗고

저는 독일 아헨에서 첼로를 전공하는 유학생입니다. 저는 성당에서 결혼하신 부모님을 따라 어려서부터 가톨릭교회에 다녔습니다. 일요일이면 미사에 참석했고, 교리 수업을 듣거나 새벽과 저녁 미사에 참석하면서 복사(미사 때 신부 옆에서 돕는 사람)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전라도 영광에서 광주로 이사를 했는데, 이사한 곳의 성당이 꽤 컸고 교리 선생님께서 저를 잘 챙겨주지 않으시자 저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거의 성당에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미사 반주를 하고, 교리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 제가, 아이들을 그저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교리 교사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성당에 다니는 다른 청년들과 함께 창세기 성경 공부를 했는데,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몹시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았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고해성사였습니다. 신부님께 죄를 다 고백해야 죄가 사해진다고 배웠지만, 사실 모든 것을 고백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제 죄가 없어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성경을 읽으려고 애쓴 적도 있지만 한 페이지 이상을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힘든 일이 있거나 화가 날 때면 성당에 찾아가 기도를 하거나 성경을 여기저기 뒤져 보며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들을 계속 되새겼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왔고, 자연스레 한인 성당을 찾아가 미사에 참여하며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성당에 나오는 청년들 중에는 공대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공대 유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김 형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형제는 친한 사람들 중 대부분이 성당에 다님에도 미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신앙심이 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성당에 다니는 어떤 친구의 집들이가 있었습니다.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종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성당에 다니던 두 명의 학생은 자신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한 시대의 혁명가라고 표현했고,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어려서부터 성당을 다녔기 때문에 다니는 것뿐이라고 꽤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는데, 저보다 더 놀란 것은 김 형제였나 봅니다. 결국 서로 의견만 주장하다 아침이 밝을 때까지 큰 소리로 싸우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모두 감정이 상했습니다. 저는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저 저렇게 큰 목소리로 자신의 믿음을 말할 수 있는 김 형제의 신앙이 신기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성당에 더 열심히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교회들이 가톨릭을 공격하는 부분들이 궁금해졌고 성경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 제가 알게 된 것은 가톨릭에는 교회법이 있는데, 이 교회법은 사람이 만든 것이며 가톨릭에서는 성경보다 교회법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저는 처음으로 제가 믿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은 언제나 궁금증만 낳게 했고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던 김 형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그는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얌전히 듣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구원’이라는 단어나 거듭나야 한다는 말, 거듭나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듣고는 “그럼 오빠는 천국에 간다는 말이야?” 하며 되물었습니다. 제 안에서는 심한 거부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가인의 열심은 받지 않으신다는 것과 예수님의 그림자에 대한 구절들, 구약 성경의 제사법에 대한 이야기를 성경 속에서 찾아본 뒤에, 죄인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하여 그리고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성소의 휘장이 찢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 하며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 형제는 뒤셀도르프에 사는 이 자매를 제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자매에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유럽지역 성경탐구모임에 참석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자매로부터 뒤셀도르프에서 <성경은 사실이다>라는 제목의 비디오테이프를 함께 보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는데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뒤셀도르프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 자매는 테이프를 보고 있는 제 옆에서 간식과 식사를 준비해 주는 등 많은 배려를 해주었고, 또 다른 여러 분들도 밑반찬을 챙겨 주시며, 저를 찾아와 주셨습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있는 내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말씀을 더욱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또 이 자매가 다니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와 그간 성경에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중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게 되었고, 성경의 예언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는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말씀 테이프 세 개를 남겨 둔 어느 날 밤, 이 자매는 제게 “너에게 죄가 있니?” 라는 질문을 하기에 “예? 없 ... 지요?” 라고 더듬대며 대답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테이프의 말씀을 보면서, 속으로는 죄가 남아 있는 것 같은 의심이 들었지만 (이사야서 44장 22절) 말씀을 듣고 ‘아, 하나님께서 내 죄를 용서해 주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나름대로 이것이 구원이라는 확신을 하고, 다른 자매들이 준비해 주신 저녁을 먹고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주가 지난 후 뒤셀도르프에 와서 형제자매들 앞에서 간증을 했고, 많은 분들이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며 밥도 사주고 책도 선물해 주셔서, 전 그저 기뻤습니다.

 

 

석 달이 지나고 성경탐구모임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그때 저는 유학 생활에 많이 지쳐 있었고 스트레스가 커서 공부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성경탐구모임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령의 이끄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에 가서까지 악기를 연주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결혼식 반주를 해야 했기에 악기도 들고 갔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계속 편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중심에 계셔서 편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세상 것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제 문제에 대해서 한 형제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구원받은 이후에 성경을 열심히 읽지 않았으며 지금 이러이러한 이유로 힘들다는 이야기와, 내 신앙이 깊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분은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성경에서 찾아주었고, 특히 성경을 손에서 놓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 찾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침례식 날 아침, 늦게 일어나 서두르는 저를 보며 이 자매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침례는 나중에 받는 것이 좋겠다는 것과 다시 상담을 받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도 침례 받을래요.’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고,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성경탐구모임 내내 제 마음이 하나님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굉장히 교만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저는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래도 상담은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자매는 “그럼 너에게 질문 하나 할게. 너에게 아직 죄가 있니?” 라며 다시 물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크게 울음이 나오며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고 나서 그때부터 얼마나 울었는지, 제 죄가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결혼식 반주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고 성경만 붙들고 계속 읽었습니다. 구원받아야 천국에 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미 지옥에 있었습니다. 제가 속여 왔던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저와 아주 먼 사람들로 느껴졌습니다. 성경에서는 죄인인 제게 지옥에 갈 것이라는 말씀만 했습니다. 짐을 싸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다시 이 교제 가운데 오게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랫동안 죄 때문에 힘들어해야 하나 생각하니, 저는 그저 성경만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복음 7:7)

 

 

 

하지만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었기에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 형제님께서 상담을 해주셨는데, 저는 그때까지 계속 울고 있었고, 죄 때문에 힘들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형제님께서는 제게 울면 안 된다,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야 싸워 이길 수 있다, 집중해서 하나하나 잘 들으라고 하시면서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을 짚어 주셨습니다. 아담을 통해 죄가 들어와 우리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며 죄가 있으면서 하나님을 믿는 두 마음은 함께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고 제게 호통을 치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전에 제가 구원이라며 기뻐했던 일에 대해서 궁금해졌습니다. 그때는 이미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제 감정을 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돌밭에 뿌리웠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즉시 기쁨으로 받되 그 속에 뿌리가 없어 잠시 견디다가 말씀을 인하여 환난이나 핍박이 일어나는 때에는 곧 넘어지는 자요  (마태복음 13:20-21)

 

 

 

바로 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좋은 땅에 뿌려지기를 기도했습니다. 계속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들었는데, 이미 들어서 알던 구절들이어서인지 죄가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상담을 그만두고 싶었으나, 형제님은 저를 붙잡으셨습니다. 임 형제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신 사이 이 자매와 김 형제를 만났고, 저는 아직 죄인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힘들겠다며 저를 걱정해 주는 이 자매와 마음을 편히 갖고 말씀을 들으라는 김 형제의 말을 듣고 ‘정말 내 노력은 헛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저를 말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같이 도말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  (이사야 44:22)

 

 

 

그때는 이미 저녁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제게 해 주신 말씀이고, 제 죄는 하나님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과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 여러 감정이 들었으나 마음은 무척 평안해졌습니다.

 

 

이제까지 이렇게 하루 동안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울고 힘들었던 날이 없었지만, 저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고 저녁 성찬식 때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기뻤습니다. 다 같이 찬송가를 부르며 감사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위태위태했던 교만한 저를 구원의 길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