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난 소식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구원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  (디모데후서 1:5)

 

아직 어린 저의 세 자녀들을 생각하며, 사도 바울이 하신 말씀처럼 훗날 저희 가정에도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글을 씁니다.



구원, 휴거, 종말, 지옥, 천국.... 부모님께서 일찍 구원받으셔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온 단어들입니다. 유년기에 저는 경기도 평택에 살았는데 부모님은 어린 저를 데리고 서울 교회와 수원 교회를 다니셨습니다. 늦은 밤에 기차를 타고 다니고는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전도집회에 참석하셨던 것 같습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은 구원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성경탐구모임에 참석해서는, 예수께서 내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께 나도 구원받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구원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구원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어렸던 저는 “부모님께는 벌써 구원받았다고 했는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몇 년의 시간을 흘려 보냈습니다.




‘휴거’라는 영화를 본 후로는, 집에 돌아왔을 때 냄비는 끓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으면 불안했습니다. 구원받기 전 사춘기 때까지 꿈을 꾸면 항상 전쟁이 났다든지,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피난을 가는 꿈을 꾸고는 했습니다.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디론가 마냥 뛰어가는데 몸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발만 움직여서 결국은 꿈에서도 두려움에 떨다가 깨고는 했습니다. 그러고는 습관처럼 안방문을 열고 부모님이 계신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걱정과는 달리 부모님은 벌써 알고 계셨다는 듯이 잔잔한 미소로 답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하고는, 어머니가 교회에 가자고 하셔도 듣지 않고 농담처럼 “엄마나 천국에 가세요. 저는 지옥 갈래요.” 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군대를 갔습니다. 훈련소에서는 일요일이면 종교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내무반에 있으면 외려 편히 쉬지 못했기에 불교며 기독교며 찾아 다녔습니다. 그때 저는 기독교인이라 하며 교회에 갔는데 그곳 목사님은 당시 구원받지 않은 제가 들어도 너무나 터무니없는 이야기들만 하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런 기도를 하였습니다. ‘제가 구원받지는 않았지만 제가 아는 하나님은 저 목사님이 이야기하는 하나님이 아닙니다. 제대하면 진심으로 하나님을 찾겠습니다.’



제대 후 직장에 다니던 중 어머니가 수원에서 전도집회가 있으니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권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하나님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그러겠다고 말씀 드리고 집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집회 첫날부터 성경이 사실임을 증거하는 강사님의 말씀을 집중하여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성경이 사실이라고 하셔서 무의식적으로 인정했는데, 말씀을 집중하여 들으니 성경이 사실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집회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속에는 ‘이번에도 구원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초조함이 생겼습니다. 강사님이 죄에 대하여 말씀하신 것을 들으며, 내가 이대로 죽는다면 살면서 지은 많은 죄로 인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하나님께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회 마지막 날에는 예수께서 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셔야 했는지 그 이유를 들었지만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집회는 끝이 났고, ‘이번에도 구원받지 못했나?’ 하는 좌절감과 답답함, 두려움으로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상담 중에 들은 이야기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확신도 없었습니다. 말씀들이 한 귀로 들어왔다 한 귀로 흘러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귀로는 예수께서 내 죄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말씀이 들렸고 내 입으로도 내 죄 때문에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에서는 전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새벽으로 흘렀습니다. 상담해 주시던 분은 제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니 다음에 다시 듣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지만, 저는 한 번만 더 설명해 주시라고 부탁하여 계속 상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였습니다. 밤새 상담을 했지만 끝내 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날이 훤히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주무시지도 않고 밤새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제 얼굴을 보신 어머니는 제가 아직 구원받지 못했음을 아시고는 우선 자고 다시 상담을 받아 보자고 하셨습니다. 잠을 자려고 교회 한구석에 쪼그리고 누웠는데 어찌나 제 자신이 처량하고 서글프던지요. 전날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밤새 신경을 써서인지 속도 쓰리고 머리도 아파오면서 순간 모든 것이 싫어져, 어머니께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여 새벽 버스를 타고 평택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수원 교회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상담해 주시는 분이 아직 계시다고 하여 다시 수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여전히 안개 속을 걷는 것만 같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상담을 받았지만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나는 구원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말을 끝으로 상담해 주신 분과 악수를 나누고 평택으로 내려왔습니다.



집으로 내려오는 동안 모든 것이 싫어졌고 구원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모든 것이 포기되었습니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고 다음 날에는 출근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잤기 때문에 밤이 되어서는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죄가 머리카락보다 많고 나는 완전히 문둥병 환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네 죄를 기억지 아니하리라” (사 43:25) 는 말씀이 믿어졌습니다. 그냥 저절로 믿어졌습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어? 내 죄를 기억하지 않으시네?”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럼 이제 죽어도 지옥에 안 가잖아? 천국에 갈 수 있잖아?” 하며 혼자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안방에 있는 어머니의 성경책과 찬송가를 가지고 와서 성경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전날 상담할 때 그렇게 많이 듣고 읽었어도 믿어지지 않던 모든 말씀들이 다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지 아니하리라  (이사야 43:25)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  (이사야 1:18)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히브리서 9:12)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  (히브리서 10:17)

 

그날이 1995년 2월 28일 새벽 한 시경입니다. 곧바로 찬송가를 펴서 맨 첫 장부터 한 장씩 넘기며, 제가 알고 있는 찬송가를 모조리 부르며 그 밤을 보냈습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니라  (에베소서 2:8)

 

구원은 거저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출근해서 직장 동료들을 보니 가엾게만 보였고,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 올려다 본 하늘은 얼마나 높고 푸르고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살아오며 바라보던 하늘이 그날따라 그렇게 푸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내 안에도 생겼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 공중에 구름이 일어나며 큰 나팔이 울려날 때
주 오셔서 세상을 심판해도 나의 영혼은 겁 없겠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찬송가 470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