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난 소식

“나, 이제 모든 것을 알았어”


아내가 변했습니다. 밤이면 몰래 일어나 거실에서 엎드려 눈물을 흘리던 아내가 어느 날 너무나 밝게 웃으며 내 앞에 있었습니다. 자기는 이제 모든 것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 얼굴에는 광채가 나는 듯 했습니다. 자신의 영이 칼날 같이 섰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녀가 찾은 것을 나도 찾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속에 있던 갈증을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아내는 성경을 잘 아시는 분(정 박사님의 사모님)이 계셔서, 그분을 만나 성경 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밝은 얼굴로 제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저도 마음이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성경공부를 하고 온 아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주고 답을 받아오라고도 했습니다. 성경 공부를 하고 온 아내가 하는 말에서, 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성경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 아이오와 한인 교회 재정 집사 겸 성가대장이였고, 아내는 여선교회 회장이었습니다. 교회에 중요하다고 하는 일을 하면서 저와 집사람의 갈증은 더욱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철야기도가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철야기도를 끝내고 집사님들이 목사님을 모시고 둘러앉아 간증을 했습니다. 저는 기대를 했습니다. 저보다 오랫동안 교회를 나온 사람들이니까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간증이라고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저는 제가 찾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 차례가 왔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불교에는 깨닫는 다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기독교에는 그런 것이 없는 것이냐고. 그 말을 하고 아내에게 재정집사라는 사람이 무슨 불교 이야기를 하느냐고 핀잔을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 연애 시절, 절에서 절을 하면서 우리의 앞날을 기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이 초파일이었는데, 불당에서 절을 하는 동안 뒤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리 상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적선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양가가 모두 절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습니다.




그 후 아내가 성경 공부를 한 정 박사님의 사모님과 성경 공부를 잠시 했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아이오와를 떠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다행히도 성경을 깨달은 사람들이 시카고에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시카고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시카고대학 교수로 계시던 박사님들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권 목사님의 비디오테이프를 보았습니다. 저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세상이 사탄의 손에 넘어가 있었습니다. 공중의 권세를 잡은 자가 사탄이었습니다. 세상의 불합리한 일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눈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가슴속에는 답답한 무엇인가가 무겁게 자리를 크게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시카고 분들이 말했습니다. 이 분(제 아내)은 구원받았고 저 분은 아직 해결이 안 된 사람이고.... 저는 답답하고 절망했습니다.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상심해 있을 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한 노래가 제 마음을 메었습니다.




즐거웠던 어린 시절은
흘러버린 시냇물처럼 모두 다 보내고
가슴에 활짝 피어오르는
새 희망은 넘치네 대학 일년생
라라라 라 라 라 정답게 어깨를 나란히
라라라 라 라 라 피 끓는 우리들은 대학생
가슴에 활짝 피어오르는
새 희망은 넘치네 대학 일년생
새 희망은 넘치네 대학 일년생




저는 대학생 대열에 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시리었습니다. 그 후 대학생 대열에는 낄 수 있었지만, 과연 이 구원이라는 대열에는 정말로 낄 수가 있을까? 정말로 이 무리와 같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렇게 시카고에서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만을 알고 다시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디트로이트에 계신 문 박사님 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권 목사님의 말씀 테이프를 보았습니다. 당시 어렸던 저희 두 아들은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박사님 댁에서는 그러한 우리 네 식구를 정말 지극하게 돌보아 주셨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제가 갈급한 나머지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문 박사님 내외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멍한 모습으로 80번 고속도로(미국 동서를 잇는 대표 고속도로임)를 타고 아이오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보호받고 있던 안식처로부터 세상으로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이 우울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 뉴욕에 있던 어느 분이 권 목사님의 설교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보내 주셨습니다.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저에게는 비디오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을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주중에 공부로 인하여 쌓인 피로 때문에 늦잠을 자고 깬 어느 주말이었습니다. 거실은 조용했습니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 주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도마 위에 썰다 만 야채가 식칼과 같이 내동댕이쳐져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깔끔한 성격의 아내가 주방을 흩트려 놓은 것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들 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없습니다! 아이들이 없습니다!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드디어 나만 남았습니다! 아내도 가고 아이들도 갔습니다! 놀란 가슴을 붙잡고 주차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차가 있습니다. 정말로 제가 우려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아내와 아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휴거가 일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TV를 켰습니다....




그때 밖에서 아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직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안도가 되었습니다. 감사 했습니다. 아직 저에게 기회가 남아있었습니다.
그 뒤로 생활은 여전했습니다. 주말마다 시카고를 갔습니다. 시카고는 제가 사는 아이오와에서 3시간 반 거리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곳 분들은 아내의 구원으로 즐거워했고 저는 항상 옆에 밀려나있는 외톨이였습니다. 그들과 같이 되고 싶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라는 곳에도 갔습니다. 그곳에서도 저는 구원 받지 못한 외톨이였습니다. 이대로 나는 지옥으로 가는 가 보다 싶었습니다. 이제는 감각도 없었습니다. 멍한 상태였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던 어느 날 잠을 자려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시원해져 왔습니다. 무엇인가 서늘한 것이 온몸을 덮었습니다. 전율이 일어났고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성령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성령이 몸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그리고 디트로이트 문 박사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사모님이 전화를 받았고 저는 성령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냉정한 한마디는 “그거 아니에요.”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느덧 아내가 구원을 받은 지 3달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지쳐 있었습니다. 이제는 포기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압니다. 제가 어떤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죄가 많아 아마도 하나님은 저를 버리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박사학위를 위한 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말씀 듣는 것을 잠시 놓고 학위를 마무리한 다음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자고 말했습니다. 지도교수는 심사를 하기 전에 리허설을 하자고 했습니다.




리허설 전날, 저는 리허설을 위한 자료를 프린트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진 프린터는 느렸습니다. 아마도 두세 시간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무료했던 저는 권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틀었습니다. 권 목사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탕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이사야서를 읽으십니다. 44장 22절입니다.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 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 같이 도말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라” 말씀이 들렸습니다. 잠시 멍하였습니다. 그 다음에 하시는 말씀도 들렸습니다. 같은 말을 계속하십니다. ‘예수님이 너를 구원하셨다.’ 라는 말씀이 계속 들렸습니다. 계속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이렇게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시는데 왜 그것을 듣지 못했는지 이상합니다.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은혜였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주는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교인들이 입버릇처럼 종알대는 은혜가 아니었습니다.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는 눈에도 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정말 저 같은 죄인을....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습니다. 나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둘이서 손을 잡았습니다.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덕분에 리허설 준비를 못했습니다. 다음날 지도교수를 만났습니다. 지도교수에게 “저는 어제 밤에 Born Again(거듭남)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기뻐해 줄줄 알았습니다. 지도교수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Born Again’과 리허설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하면서, 다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Kick out(퇴출)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저는 교회 다니는 미국사람들은 다 구원받은 줄로 알았으니까요. 그러나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구원도 받았습니다. 저도 이제는 구원받은 다른 이들과 같이 되었습니다. 얼굴에 미소가 흐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그 오지 아이오와에서 복음을 접할 수 있었을까를.... 정말로 망망대해 태평양 한가운데서 지나가던 배에게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정 박사님의 사모님은 항상 기도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이 방문한 곳에서 한 사람이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기를.... 그 기도가 저희에게 이루어진 것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