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난 소식

주님이 주신 큰 선물


사춘기 때 저는 무언가 허전함을 달래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는 용기를 내 거룩해 보이는 성당에 갔다가 문이 잠겨 못 들어가 실망한 적도 있습니다. 다시 여러 교회를 기웃거리다가 한 한적한 교회를 찾아 그곳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신약 성경을 죽 읽어가던 중 요한복음 3장의 니고데모 이야기에서 거듭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거듭남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아무도 없는 교회에서 혼자 성경을 읽다가 우연히 전도사님과 거듭남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도사님 자신도 거듭나지 않았다는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었고, 거듭남이란 열심히 종교생활을 한 후에 먼 훗날 얻을 수 있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었습니다.



1983년에 저는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먼저 구원을 경험하신 숙모님의 권유로 이 교회를 알게 되었고, 권신찬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다른 교회의 설교와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시간 이상의 긴 설교가 지루하지 않았고 명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간혹 인간적인 보살핌이 그리워서 다시 전에 다니던 교회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해 여름에 휘문고등학교에서 성경탐구모임이 열렸고, 성경탐구모임이 무언지도 몰랐던 저는 제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곳에 가서 힘든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성경탐구모임은 일요일부터 시작했는데 목요일쯤 되니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군데군데 모여 앉아 늦게까지 열띤 대화를 하고 상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며 기웃대다 보니 구원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주로 들렸고, 목사님이 설교에서 인용한 성경 구절들이 이야기되었습니다. 금요일 밤이 되자 상황들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듯했고, 늦은 밤 여기저기서 “나 구원받았다.”는 소리들도 들렸습니다. 우는 사람, 웃는 사람, 주위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저는 아무런 느낌이 없어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중 이사야 53장의 나의 죄로 인해 예수님이 채찍을 맞고 징계를 받았다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러면 나도 구원받은 거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원받았다고 생각하고는 고향으로 돌아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구원받았다면서 주워들은 머릿속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내가 지금 죽으면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일어났습니다. ‘그럼. 성경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나?’ 하고 자답을 하기는 했지만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항상 있었습니다. 그 불안함을 애써 억누르고 있던 제게 1985년 본과 1학년 때, 공부로 한창 힘들던 시절에 다시 한 번 권 목사님 설교를 들을 기회가 어렵게 주어졌습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성경은 사실이라는 것, 그리고 내게는 하나님 보시기에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죄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와, 구약 성경에서부터 신약 성경으로 이어지는 그림자 같은 구원의 비유들을 하나 하나 짚어 가며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친분이 있던 형제들로부터 구원받은 사람이 수양회장에서 봉사 일을 해야지 왜 거기 앉아 있느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제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복음을 풀어가는 말씀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히브리서 9-10장으로 이어지는 말씀들에서, 특히 히브리서 9장 12절의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는 말씀이 히브리서 10장 17-18절의 “또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 하셨으니 이것을 사하셨은즉 다시 죄를 위하여 제사드릴 것이 없느니라”는 말씀으로 이어지면서 그제야 나를 누르고 있던 짐이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의심할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죄일지라도 하나님의 약속과 은혜로 다 해결되어 있다는, 그 주신 믿음이 제게도 자리 잡았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의문도 사라지고 저는 당당히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내 행위와 노력이 아닌 그분이 자기 피로 나를 구원하셨다는 믿음이 제게 온 것입니다. 목사님이 마음의 짐이 풀린 사람은 일어나 보라 하셨을 때 저는 거리낌 없이 일어났습니다. 드디어 보물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100여 년 전 서양 형제자매들이 간증으로 써놓았던 찬송들, “주의 말씀 첨 받은 날” 새찬송가 249장 과 “주 예수 내 맘에 들어와 계신 후” 찬송가 208장 같은 찬송가들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또한 나의 간증도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며 세상을 살아왔지만 제가 했던 일 중 최고로 잘한 일은 1985년에 영혼의 거듭남을 경험한 것입니다. 육신은 내 뜻과 상관없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았지만 내 영혼의 눈을 새롭게 뜨게 된 거듭남이라는 선물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그 기쁨은 잠시였고,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고 일하고 결혼하고 군의관을 하고 살다 보니 내 멋대로 20여 년을 세상 속에서 나만을 위해 살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마침 기회가 되어 형제자매들이 함께 일하는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육신의 문제들로 많은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며 구원은 성도의 도로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용광로 같은 교제의 장 속에서 정말 힘들게 살아가면서 몸으로 교제를 배웠고, 그로 인해 교회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하고 살든지 제 마음속에는 주신 믿음, 구원의 도와 함께 주님의 몸 된 교회의 비밀을 아는 축복이 하나 더 자리 잡은 것입니다.



제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 저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보살펴 주심을 알게 해 주시고 또 제가 살아갈 힘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