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과] 십자가의 죽음

“꽝 와장창”

현관 유리가 박살이 났다.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다가 기태가 공을 잘못 던져서 일어난 사고였다. 선생님과 경비 아저씨가 달려왔다. 학교의 기물을 파손하면 사고를 낸 학생이 배상을 하고 벌을 받아야 했다. 기태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함께 놀던 학생들이 다 몰려왔다.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누가 이 현관 유리를 깨뜨렸어?”하고 물었다. 그때 영훈이가 앞으로 나섰다.

“선생님, 제가 공을 잘못 던졌습니다.”

“그래, 너 학교 규칙을 알고 있어?”

“예. 알고 있습니다.”

“이 현관문 유리 값이 얼만지나 알아?”

옆에서 창수가 “저 선생님……하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영훈이가 얼른 말을 가로챘다.

“예. 선생님, 제가 배상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벌이든지 다 받겠습니다.”

“그럼 알았으니 다들 가봐라. 벌칙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결정해가지고 알려주겠다.”

선생님이 들어가신 후 창수는 영훈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다짜고짜 따졌다.

“너 왜 그러니? 기태가 공을 잘못 던져서 그런 걸 내가 분명히 보았는데. 기태 그 자식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네가 왜 그랬다고 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미 내가 그랬다고 밝혔으니 그런 말을 하면 안돼. 너희들이 잘못 본거야. 내가 했는데 기태에게 책임지우면 되니? 기태에게 책임지우면 그 애는 큰일나. 그 애는 집안 형편도 좋지 못하고 걔 어머니는 엄하신 분이라 단단히 혼이 날거야. 기태는 자기가 했더라도 앞이 캄캄해서 말을 할 수 없었을 거야. 나는 다행히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으니까......”

그날 저녁이었다. 전화가 걸려왔다. 기태에게서 온 전화였다.

“기태니? 웬일이야? 전화를 다하고.”

“영훈아, 미안하다. 내가 한 일인데 말이야. 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내가 했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고만 있었어. 어머니께 유리 값을 달라고 할 수가 있어야지.”

“기태야, 알아. 난 네가 유리를 깨뜨리는 순간 벌써 알았어. 그래서 내가 했다고 한거야. 염려하지 마. 내게 돈이 조금 있어.”

“영훈아, 정말 고맙다.”

“고맙기는 뭘……

한편 창수는 영훈의 일이 마음에 걸려서 김 선생님께 전화드려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다음 주 주일학교 시간에 김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잘못을 대신해 벌을 받는 일이 현실 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재판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돌아가신 데 대해서 공부하기로 하자.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예수님은 아무런 죄도 없으신데 세상 사람의 죄를 대신해 돌아가신 것이다. 예수님은 종교 재판에서 사형을 언도 받았으나 그 당시에는 이스라엘이 로마의 지배 아래 있었기 때문에 종교 재판만 가지고는 사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총독인 빌라도에게 예수님을 데리고 가서 사형 판결을 해주도록 요구했다.”



빌라도의 법정에서


“총독 각하, 이 예수는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기가 왕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종교의 법대로 사형하기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권리가 없으므로 각하에게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사람을 재판해서 사형시켜 주십시오.”

유대인의 대표자가 말했다.

그러나 빌라도는 예수를 두둔했다.

“너희가 이 사람을 내게 끌고 왔지만, 내가 조사해본 바로는 이 사람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다. 오히려 많은 병자를 고치고 선한 일을 했다고 들었다.”

“재판해보시면 알 터이니 심문해보십시오.”



유대인들이 계속 주장하자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네 말이 옳도다. 그러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다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기우지 않게 하였으리라.”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냐?”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거하려 함이니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소리를 듣느니라.”

예수님의 말을 들은 빌라도는 웬지 두려움을 느꼈다. 예수님께는 범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빌라도는 더욱 이번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심문해보았으나 아무 죄도 찾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몇 대의 매를 쳐서 석방하겠다.”

그러자 유대인의 대표가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법으로는 큰 죄를 지은 자입니다. 저가 사람인데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이 죄는 어떤 죄보다도 큰 죄입니다.”

빌라도의 마음에 더욱 두려움이 생겼다.

‘뭣이, 하나님의 아들! 그러면 이 사람이 유대인들이 기다리는 그 메시아인가? 아 그러면 이것 내가 잘못 걸렸구나. 내가 감히 메시아를 재판할 수 있나…….’

그는 다시 예수님께 물었다.

“네가 어디에서 왔느냐?”

예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 나는 너를 놓아줄 수도 있고 십자가에 못박을 권세도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면 나를 해할 권세가 없었으리니 나를 네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 큰 것이다.”

예수님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빌라도는 점점 더 겁이 났다.

‘이런 훌륭한 사람을 내가 사형시킬 수는 없다. 저 유대인들은 예수가 좋은 일을 해서 사람들의 인기를 모으므로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려서 저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나가 말했다.

“내가 아무리 심문해봐도 이 사람은 죄가 없다.”

이번에는 유대인의 지도자들이 돈을 가지고 사람들을 매수했다. 모여든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그때 빌라도의 신하 한 사람이 오더니 그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그는 빌라도의 아내의 말을 전해주었다.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을 인하여 애를 많이 썼나이다.’

그래서 빌라도는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을 해냈다. 유대인의 명절에 무리가 원하는 죄수를 석방시키는 관례가 있으니 이를 이용해 예수를 석방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때 바라바라는 유명한 죄수가 투옥되어 있었다. 빌라도는 무리에게 물었다.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주기를 원하느냐? 예수냐? 바라바냐? 둘 중에 누구를 석방하기를 원하느냐?”

무리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바라바를 석방시키시오.”

바라바는 살인 강도로 곧 사형 받을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는 십자가에 죽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빌라도를 위협했다.

“당신이 예수를 놓아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오. ”

사람들은 분을 내어 외쳤다. 빌라도는 잘못하다간 민란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 같아 물을 대야에 떠오라고 하여 군중이 보는 데서 손을 씻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그래서 군중은 소리쳤다.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리시오.”

이 말은 참으로 무서운 말이었다. 과연 유대인은 1,900년 간 예수님을 죽인 핏값을 지불해야 했다. 나라 잃고 온 세상에 포로로 잡혀 가서 노예 생활을 하고 학살된 것은 그들 스스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빌라도는 바라바를 놓아주고 백성들에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도록 넘겨주었다. 군인들은 예수님을 때리고 침을 뱉었다. 또 가시관을 만들어서 억지로 이마에 씌우니 이마와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한참 동안 예수님을 조롱하고 괴롭힌 그들은 무거운 십자가를 예수님에게 지우고 끌고 갔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서 올라가시다가 도중에 힘이 없어서 쓰러지면 군인들이 가죽 채찍으로 예수님을 마구 내리쳤다. 평소에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여자들이 울면서 옆에 따라가자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해서는 울 필요가 없다.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해서 울어라.”

어떤 사람은 땅에 주저앉아 가슴을 치면서 울었다.

“아이고 주님, 이게 웬일입니까?”

예수님이 십자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 쓰러지자 그때 군인들은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여행하는 구레네 사람 시몬을 잡아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했다.


“선생님, 왜 예수님이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해서 울라고 하셨나요?”

“응, 예루살렘은 예수님을 죽인 그 죄로 36년 후에 멸망될 것을 예수님은 알고 계셨다. 그때 예루살렘에 살던 사람은 여자나 노인이나 남자나 아이들까지도 다 죽거나 끌려가 노예가 되기도 했다. 예수님은 죄 없이 인류의 죄 때문에 죽으시니 앞으로 다시 사시지만, 이제 예루살렘의 운명은 참으로 비참하게 될 것을 생각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군인들은 골고다 언덕에 가서 십자가를 땅에 내려놓고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양쪽 팔을 벌려서 손에다 큰 못을 박았다. “땅 땅” 핏줄이 터지면서 피가 봇물처럼 솟아 땅에 흘렀다. 양발에도 못을 박았다.

다음에 여러 군인들이 힘을 합쳐서 땅을 파고 십자가를 세웠다. 예수님의 손은 찢어지고 발에서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가시에 찔린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는 온 얼굴을 적셨다.



예수님 양편의 두 강도


그날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에는 두 강도가 십자가에 매달렸다. 그 앞에 모여서 구경하는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조롱했다.

“유대인의 왕? 꼴 좋다.”

“네가 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나님의 아들이 뭐 그래. 하나님의 아들이면 그 십자가에서 뛰어내리지. 그러면 우리가 믿겠다.”

“뭐 성전을 헐고 사흘만에 짓는다고. 네가 자기도 구원 못하면서 남을 구원하는 메시아라고. 꼴 좋다. ”

한 편의 강도가 죽어가면서도 예수님을 비웃었다.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

그러나 다른 한 편의 강도는 다르게 말했다.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의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의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

그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예수님께 대한 자신의 믿음을 고백했다. 그는 예수님이야말로 그리스도가 틀림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에 그 강도는 구원을 받은 것이다. 그는 한번도 교회에 가지 않았고 오랫동안 예수를 믿은 일도 없었다. 그러나 죽는 순간에 예수를 믿고 구원의 약속을 받은 것이다.




영원한 속죄


“선생님, 낙원이 뭐예요?”

순택이가 물었다.

“낙원은 구원받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가는 곳이다. 구원받지 못한 사람은 음부에 간다.”

“그러면 저 같은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어요?”

순택이가 또 물었다.

“그럼. 예수님이 이 세상 사람의 죄를 위해서 죽었으니 네 죄가 용서됐다는 것을 믿으면 구원이 되는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수연이도 “선생님, 저도 죄 사함 받았어요.”하고 외쳤다. 그때 수연이와 순택이의 마음에도 평안이 찾아왔던 것이다.


한편 십자가 아래서는 로마 군인들이 앉아서 술을 한 잔씩 마시며 예수의 옷을 집어들었다.

“자, 이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지자.”

그들은 겉옷을 찢어 나눠 가졌다. 속옷은 천이 한 폭으로 되어 있어 제비뽑아 이긴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개들이 나를 에워쌌으며 악한 무리가 나를 둘러 내 수족을 찔렀나이다 내가 내 모든 뼈를 셀 수 있나이다 저희가 나를 주목하여 보고 내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뽑나이다” (시편 22:16-18)

이처럼 1000년 전에 다윗이 예언한 대로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세상 사람의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약속이 단번에 성취되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히브리서 9:12)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이사야 53:5)


그때 은덕이가 “그러면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서도 돌아가셨단 말예요?”라고 물었다. 

“그렇지. 세상 죄를 지셨으니 은덕이의 죄도 지신거지.”

“아, 그렇군요.”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요한복음 1:9)

그러나 아직 서동준, 임성식, 노태성 등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릴 즈음부터 온 땅에 진한 어둠이 깔렸다. 정오쯤 되었을 때에 예수님이 큰 소리를 지르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이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십니까?’ 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하시더니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숨이 끊어지셨다. 갑자기 햇빛이 없어지고 더욱 캄캄해지더니 폭풍이 휘몰아쳤다. 땅이 진동하고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었다. 사람들은 무서워 아우성을 쳤다.

“아니, 이게 무슨 징조인가. 하나님이 벌을 내렸다. 아이고, 우리는 큰 죄를 지었다. 우리는 어찌할꼬.”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기에서 처음부터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로마 군대의 백부장이 큰 감동을 받았다.

“이분은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었구나.”



캄캄하고 폭풍이 치는 동안에 사람들은 모두 흩어지고 백부장과 몇 명의 군인들만이 시체를 지키기 위해 남았다. 그 밖의 유대인들은 다 도망쳐서 시내로 들어갔다. 해질 때에 아리마대에 사는 요셉이란 큰 부자가 예수님의 장례 준비를 해가지고 왔다. 그는 예수님의 시체를 내려서 수의에 싸 가지고 새로 만든 무덤에 장사지냈다. 당시의 무덤은 큰 바위를 파서 방과 같이 만들고 시체를 그 안에 갖다 넣고 돌문을 닫게 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모두 끝난 후 영훈이, 창수, 수연이, 순 택이 등은 모여서 서로의 간증을 나누었다. 다른 학생들도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문제를 서로 털어놓았다.



【익힘문제】

1. 빌라도는 예수님이 죄 없는 줄 알면서 왜 사형 판결을 했습니까?

2. 구원받은 강도는 예수님을 얼마나 오래 믿었습니까?

3. 누가 예수님을 장사지냈습니까?